나의 이야기

천리포수목원

Edgar. Yun 2022. 3. 6. 21:17

천리포수목원

일시 : 2022년 3월 6일 일요일

 

어제는 둘째의 건축기사 1급 시험일, 둘째를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응원하느라고 토요산행을 미루었다. 시험 마치고 돌아와서 1시간여를 기다려 사전투표를 마쳤다. 지난주 월악산 산행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 2주 연속 큰 산행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동해안은 울진과 삼척이 큰 삼불로 이틀째 불바다이니 당연히 갈 수 없고 남도로 봄맞이 산행을 가기에는 일요일이 부담이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서산의 황금산을 가볍게 산행하고 장고항에서 간자미 무침을 먹기로 하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며 목적지를 바꾼다. 수목원을 찾는 것은 너무 이른 계절이지만 천리포 해변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오미크론이 25만 명대를 오르내리는 탓일까? 몇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려 천리포수목원에 도착한다. 9시 개장인데 9시 5분에 도착하니 방문객은 우리 포함 서너 명이다.

천리포수목원은 충청남도 태안군에 있는 수목원으로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 박사(Dr Carl Ferris Miller)1960년 초부터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몇 년 전부터 한 번 다녀오고 싶었던 수목원이었는데 오늘 우연히 발길을 한다.  결코 적지 않은 입장료(목련이 필 때는 적은 입장료^^)인 9천 원을 내고 입장을 한다. 입구에 크로커스와 설강 화가 피었지만 아직은 이른 봄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연못의 버드나무가 신록의 옷을 입으면 주산지처럼 아름다울까? 하얀 목련이 피는 봄날의 연못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연못을 지나 갤러리를 지나면 온실이 나오는데 별다른 기대 없이 들어섰다가 탄성을 지른다. 세상에나 이렇게 동백이 다양했던가? "히에말리스 동백" "라위동백"... 동백의 이름보다는 학명으로 명찰을 달고 있는 아쉬움이 남지만 별의별 동백이 다 있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동백 하면 떠오르는 붉은 동백이 아니라 한지처럼 새하얀 동백꽃이 바닥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하얀 꽃잎의 동백이나 붉은 꽃잎의 동백이나 꽃송이채 떨어지는 것은 다르지 않다.

 

 

한참을 넋 놓고 동백을 구경하는데 새소리가 나서 찾아보니 직박구리 한 마리가 동백꽃에 앉아서 꿀을 따고 있다. 동박새만 동백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직박구리도 동백의 꿀을 좋아하나 보다.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온듯한데 어떻게 나갈까?

 

 

3천 년울레미 소나무'가 온실의 가운데에서 동백꽃 향기 속에서 자라고 있다. 지구의 화석으로 불리는 울레미 소나무는 울레미 소나무는 지난 94년 호주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울창한 울레미 국립공원 안 500~600m 좁은 바위투성이의 사암층 협곡에서 뉴사우스 웨일스 국립공원에서 발견됐으며, 발견된 장소와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 울레미 노빌리스로 명명됐다. 울레미 소나무의 모든 개체는 현재 호주 울레미 국립공원 안에 놓여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학자들도 눈을 가린 채 헬기로 이동해야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민병갈 박사가 입찰을 통해 2그루를 들여왔고 그중 한구루는 죽고 한그루만 남아있다는 직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이 소나무는 지난 2008년 고성군과 호주 블루마운틴 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200200여 그루를 들여와 고성군 생명환경농업연구소(소장 제형도)와 당항포 공룡엑스포장 식물관에 식재돼 있으며, 광릉 소재 국립수목원은 키 1m 정도의 울레미 소나무를 온실에 식재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고, 화성시 우리 꽃 식물원에3그루, 용인에 있는 민간이 운영하는 한 식물원에 식재돼 있다.

아무튼 메타세쿼이아처럼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아직 흔적조차 보이지 않지만 식물의 학명을 적은 보라 섹 푯말이 마치 라벤더가 피어 있는 듯하다. 한두 달만 지나면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꽃들이 필 거라고 생각하니 필히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목원 탐방로에서 바라보는 바라보는 천리포 해안은 한마디로 절경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전망대의 의자에 앉아 하루 동안이라도 앉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백사장에 부서지는 포말이 오늘은 더 시원하게 보인다.

 

 

목련나무 그늘에 쌀 강냉이 같은 설강화 "스노우 드롭"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피어있다. 설강화는 수선화과의 꽃으로 1월 1일 탄생화이기도 하다. 새해가 되자 투명한 눈은 "내게도 예쁜 색을 주세요"라고 꽃들에게 간청했다. 그때 하얀색의 스노우 드롭이 자신의 색깔을 주었고, 그 뒤로 겨울에 눈이 스노우 드롭을 지켜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났을 때, 그날따라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려 이브가 추위에 떨며 절망하고 있었는데 천사가 내려와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따뜻해지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하였다. 그리고 내리는 눈송이를 손으로 휘젓자 금세 눈송이는 스노우 드롭(snow drop) 꽃으로 변해 버렸고, 그때부터 매년 겨울 새해 초하루가 되면 스노우 드롭(snow drop)이 피어난다고 한다. 귀촌하면 정원에 심을 꽃의 목록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특이한 모양으로 꽃인지 잎인지... 모르게 봄을 시작하는 이 친구는 닥나무인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크로커스도 복수초와  꽃 사이에서 화려하게 피어 있다. 추위에 매우 간한 꽃으로 튤립보다 빨리 피는데 꽃말은 '믿는 기쁨, 청춘의 기쁨'이다. 분홍, 노랑, 흰색에 복색이 있는데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분홍색의 크로커스를 몇 송이 보았다.

 

 

매화도 꽃을 피우고 있다. 매화의 잔가지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내는 마치 분재 같다며 연신 사진첩에 담아 둔다.

 

 

인테르 메디아 풍년화가 활짝 피었다. 빨간색의 풍년화와 노란색의 풍년화를 처음 만난다. 일본식 한자 표기로 만작(澫作)이라 하여 풍작을 뜻한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우리나라에 들어올 당시 처음 우리 이름을 정할 때 원명인 풍작의 뜻을 살짝 바꾸어 풍년화(豊年花)라고 붙였다.

 

 

복수초도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지만 이미 복수초는 올해 여러 번 만난 탓인지 나에게서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도 이렇게 포기 지어 활짝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기는 쉽지 않다.

 

 

탐방을 시작한 지 3시간이 다 되어 가니 시장기가 돈다. Cafe. Tree에 들려 아내는 아메리카노, 난 목련차, 그리고 커피콩을 주문한다. 아내는 커피보다는 카페에 장식되어 있는 안개꽃에 더 관심을 보인다.

 

 

카페에서 나와 기념관으로 향한다. 나도 흔적을 남겨야지^^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카페에서 나와 해안가 탐방로

카페에서 나와 해안가 탐방로를 따라 출구로 걷는다. 수목원이 없더라도 천리포 해안가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멋진 트레킹 코스라고 생각이 든다. 민병갈 박사가 좋아했다는 목련이 이곳저곳 심어져 있는데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나무만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목련이 필 것 같다. 모련이 피는 4월에 가족여행으로 다시 한번 오고 싶은 수목원이다. 출구에 있는 작은 화원에 들려 수선화와 천리향 화분을 구입했다.

 

 

몇 해 전인지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처음에 황금산을 계획했던 것은 장고항 간자미무침 때문이었다. 비록 코스를 바꿔 황금산은 만나지 못했지만 간재미무침까지 포기 할 수는 없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한시간 반 걸려서 장고항에 도착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장고항도 많이 개발되어 있었다.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은 옛도로와 민영이네 간재미 무침집뿐이었다. 그러나 민영이내 간재미무침집은 늦은 시간에도 너무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그 옆의 어부네식당에서 간재미 무침을 주문했다. 1차 상차림으로 번데기와 콘샐러드가 나왔다 아내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번데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놓는다,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 맛있다.

 

 

2차로 굴과 멍게, 그리고 참소라와 동죽(?)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참소라가 나왔으니 당연히 먼저 손이 간다. 초장을 찍어 한입 베어 무니... 특유의 소라 군내가 거슬린다. 다음은 동죽, 왜 이렇게 찔길까? 굴은 약간의 비린내가 있는데 나오다 보니 수족관에 굴 껍데기를 벗겨서 수족관에 넣어 놓았다. 이건 아니지 않나?

 

 

뒤이어 실치 전이 한 장 나오고 오늘의 주인공 간자미 무침이 상가 운 데로 등장한다.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너무 딱딱하다. 좋게 표현하면 단단한 식감이지만... 딱딱해도 너무 딱딱하다. 민영이네 갈걸 그랬나?

 

 

간자미 무침을 먹고 나와 새로 조성된 넓은 주차장 도로를 따라간다. 밀물 때라면 더 멋진 풍광이었을 텐데... 그런데 추워도 너무 춥다. 서둘러 돌아 나오는데 보도에 텐트를 친 사람들과 관리인이 시비를 하고 있다. 텐트 칠 공간이 많은데 굳이 보도의 나무데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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