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오대산-바람과 함께 선재길을 걷다.

Edgar. Yun 2017. 1. 27. 23:04

???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옆에 있는 나무인데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수세미처럼 얽힌 나뭇가지사이로 섣달 그믐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다.

요즈음 내맘같은...




오대산-바람과 함께 선재길을 걷다.

일시 : 2017년 1월 27일 금요일

몇년전부터 명절 전날 서락을 찿았었다.

올해도 서락 신성봉을 가기로 했지만 데려가 달라던 사람들이 서락이 무서웠나? 조용히 물러선다.

그럼 어디를 갈까?

간밤에 눈이 온다고 했는데... 오개산 선재길을 걷는 것은 어떨까?

요즈음 괜히 맘이 불편하다.

문수보살을 만날수 있을까?

늘 그렇듯이 맘이 혼란스러우면 난 몸이 안좋아진다.

아마 지난주가 그랬는지 모른다.

새벽 4시에 일어나니 몸 컨디션이 영~영 엉터리다.

실시간 네비게이션을 켜니 2시간 30분이 소요된단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다가 배낭을 메고 5:40에 주차장으로 내려서서 내비게이션을 켠다.

새로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이른새벽에 고향 가는 사람들이 마냥 부럽다.




9시가 조금 넘어 월정사에 도착한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조용히 산객을 맞는다.




본당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와 바람소리가 경내에 가득하다.








석탐옆에 있는 나무!

마치 수세미처럼 가지가지 얽혀 있는 것이 마치 요즈음 내맘같다.

오늘 나도 선재길에서 한줄기 햇살을 볼 수 있을까?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연등이 마치 하늘을 나는 풍등같다.




스님들이 도를 깨닫는 이곳을 담넘어 훔쳐본다.





선재교를 건너며 선재길을 만난다.




눈이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어제의 흔적을 모두 지워 놓고 선재길은 나를 만난다.








가을에 왔을때는 단풍이 가득했었는데...




뒤따라 오던 바람이 무심히 지나치더니 길을 만든다.

난 바람이 만든 길을 아무말 없이 따라 걷는다.

오늘 나와 함께 하는 것은 바람과 바람소리뿐이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걷다가 돌아서니 내 걸어온 발자국뿐이다.

내가 걸어 왔으니 남은 흔적이겠지?

살아온 흔적이 두려운걸까?

아무도 걷지 않은 이길을 걷는 것이 두려운걸까?




오대산장 입구에 있는 예쁜 글귀!

오늘 누구를 만나지?








약 3시간이 걸려 상원사 입구에 있는 "소풍가"에 도착한다.

점심을 따로 준비하지 못했으니 여기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 요량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컵라면을 사서 뜨거운 물을 붓고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 본다.


점심을 먹고 비로봉을 갈 생각이었으나 12:40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버스에 올라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문수보살은 만나지 못했지만 한결 맘이 가벼워졌으니 여기서 돌아서도 아쉬움은 그리 크지 않다.

섣달 그믐에 난 바람과 함께 선재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