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접도&동석산 - 봄이 가득한 남도의 봄을 맞다.

Edgar. Yun 2017. 3. 5. 08:33

동석산에서

봄을 맞으러 먼길을 왔다.

잠을 설치고 힘들어 무박산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앉아서 찿아오는 봄을 기다리기에는 내 인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난주에 서락에서 겨울을 보고 왔는데 일주일만에 또 다른 계절을 만난다.




접도&동석산  - 봄이 가득한 남도의 봄을 맞다.

일시 : 2017년 3월 4일 토요일(금요무박)

코스 : 남망산~동석산~세방낙조


작년에는 서둘러 봄을 맞으러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조금 늦게 봄을 맞으러 남도로 간다.

최근에 어쩌면 가장 핫한 산일지도 모른다.

사실 작년에 가고 싶었지만 팽목항 근처에도 가기 싫어 포기했었던 진도의 동석산이다.

우리나라 산에서는 보기 힘든 화산암 암릉으로 이루어진 219m의 작은 산이다.

국립정보지리원에는 석적막산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작은 산을 무박으로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남아 진도의 남쪽에 위치한 접도 남망산에서 시간을 보낸다.

조선의 유배지중 하나여던 고도지만 지금은 다리가 연결되어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남망선 산행에 남망산은 없다.

164m의 남망산은 별 다른 특징이 없어 오르지 않는다.

남망산 산행이 아니고 접도 트레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접도의 트레킹이지만 어둠이 가시지 않은 접도는... 그냥 10km의 야간 행군이다.

경관이 좋다는 쥐바위봉도 그냥 어둠속의 작은 암봉일뿐이다.


체력은 정력 표지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조금만 걸으니 쥐바위봉이 나오지만 랜턴 불빛아래 쥐바위봉은 아무 의미가 없다.

12지간지 나무를 지나 여자 느티나무로 작명된 특이한 형상의 나무를 가장 먼저 담아본다.

조금 억지스러운 남자 느티나무~~ㅋ




솔섬 바위봉에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린다.

기대만큼의 일출은 아니지만 준비해간 순두부찌개로 아침을 먹으며 맞는 일출은 꽤 괜찮다.




조금만 구름이 옅었으면 역대급 일출이 될 수 있었을텐데...




보너스로 보는 일출이 이정도면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나를 담으니 화려한 일출이 도망쳐 버렸다.




접도의 남망산 기슭 곳곳에는 동백꽃 나무가 즐비하지만 왠일인지 동백꽃은 없다.

등로에 가득 동백이 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안선을 따라 돌아 길을 떠난지 3시간만에 느티나무가 인상적인 큰여미에 도착한다.

아직 시간이 1시간이 남아 배낭을 벤치에 놓고 아홉봉으로 향한다.




아홉봉에는 누군가 쌓아 놓은 아홉개의 작은 돌탑이 있다.'

그래서 아홉봉일까?

아홉봉 능선의 소나무 너머로 조망돠는 남도의 바다가 향그럽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늘의 산행지 동석산으로 향한다.

산행들머리에서 나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개불알꽃이다.



종성교회 뒷편 등로에는 매화가 피어 향를 나누고 있다.

2주전에 부산 출장길에 어느 주택의 담장 너머 피어 있는 매화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를 만난건 처음이다.



동석산은 시작부터 암릉이 산객을 맞는다.



암릉 등로 작은 풀밭에 산자고가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다.

잎과 뿌리를 식용이나 약재로 사용하는 산자고는 작은 백합의 모양처럼 백합과의 식물이다.



한자 이름의 산자고(山慈姑)를 굳이 풀이하면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란 뜻이다.

이른 봄 양지쪽 마른 풀밭에서 새 옷을 입고 나오는 봄처녀처럼 보인다. 그래서 꽃말이 "봄처녀"




심동저수지는 짙은 옥색을 띠고 있고 저수지 너머에 슬픈 바다 팽목항 앞바다가 봄을 맞고 있다.

저 슬픈 바다는 언제 따뜻한 봄을 맞을까?



화산암의 동석산은 매우 위험하지만 철계단이나 로프가 설치되어 조금만 조심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지난주에는 한겨울의 추위를 서락에서 만났는데... 오늘 동석산은 완연한 봄이다.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옷 한장 남기고 모두 벗고 머리에는 손수건을 동여맨다.



계단과 로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만 조금만 부주의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심동저수지와 하늘, 그리고 바다가 같은 색이다.




반듯하게 정리된 농지와 심동 저수지, 그리고 봄 가득한 남도의 바다가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들머리였던 하심동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또 다른 산악회 버스가 산객을 내려 놓고 있다.

전국의 산을 다니지만 이렇게 예쁜 마을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내 인생의 마지막도 이렇게 예쁜 마을에서 보냈으면 좋겠다.




높이와 거리를 보면 우습게 볼 수도 있겠지만 동석산은 그리 만만하지도 않고 또 쉽게 지나치기도 어려운 산이다.




전망대에는 성질 굽한 산객들이 벌써 올라 남도의 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산세와 풍광의 산이 또 있을가?
















전망대 뒤로 보이는 봉암저수지도 하늘과 같다.




나도 전망대에 올라선다.

내 뒤로 오늘 가야 할 동석산의 암릉이 보인다.




섬에 이렇게 큰 저수지가 두개씩이나 있는 걸 보면 분명 진도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름진 논밭이 있고... 먹거리 풍성한 바다가 있고...








암릉과 암릉사이의 작은 다리를 건넌다.












동석산 정상으로 가려면 칼날 능선을 지나야 한다.

다른 구간은 우회로가 있지만 이곳은 우회로가 없다.












천천히 천천히 동석산으로 간다. 서둘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