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영남알프스- 은빛 바다에 빠져서 하룻밤을 보내다.

Edgar. Yun 2017. 10. 9. 21:18

영남알프스의 가을

단풍이 절정인 서락을 버리고(?) 영남알프스를 찿은 나를 은빛 억새가 환영인사를 한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넘어가는 모든 등로에는 억새가 절정이다.

간월산에서 또는 신불산에서 영축산 방향으로(북에서 남으로)산행을 진행하는 것이 더 예쁜 억새를 볼 수 있지만

오늘처럼 진행해도 나쁘지 않다.

.




신불산 - 은빛바다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일시 : 2017년 10월 8~9일 일/월요일

코스 : 청수좌골~단조샘터~영축산~신불재~신불산~신불산자연휴양림



긴긴 연휴, 어쩌면 내인생에서 다시 만나기 어려운 황금 연휴 8일을 참 의미 없이 보내고 이제 연휴가 이틀 남았다.

연휴 기간 내내 서락이나 실컷 다녀오고 싶었지만

지친 몸이 나를 허락하지 않고, 날씨도 비가 예보되어 첫날 다녀온 귀때기청이 전부다.

추석 전날 천화대를 가려고 찿았지만 비가 내려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으니... 참 실속 없는 연휴다.

이제 이틀 남은 연휴는 컨디션도 돌아왔으니 영남알프스로 비박을 떠난다.

작년 여름에 온정골 Edgar정원으로 비박을 다녀오고 처음이니 비박을 다녀온지 일년이 훌쩍 넘었다.

배낭을 꺼내고 짐을 꾸미며 텐트를 점검하는데... 이런 본딩되어 있는 플라이의 연결 부위들이 웬일인지 툭툭 떨어진다.

순간접착제를 사다가 긴급 보수해보지만 붙지를 않는다.

할수 없지 뭐! 그냥 다녀오고 A/S를 맡기는 수밖에...


너무 일찍 잠이 들었나? 12:30분에 잠에서 깬다.

그냥 다시 잠을 청해야 할 것을...러시아와의 평가전 생각이 나서 TV를 켠다.

스코어는 4:1, 추가시간에 한골 만회해서 최종스코어는 4:2다.

그런데 스코어가 문제가 아니라 잠이 깨서 다시 잠이 오지를 않는다.

오랜만의 비박 배낭이 무겁지만 수서역으로 향하는 내 맘은 기대감으로 가볍다.

등산을 가면서 SRT는 처음 이용하는 것 같다. 하행은 40% 할인해서...

2시간만에 울산역에 도착한다.

Pick-up오는 산우가 조금 늦어 배낭을 내려 놓고 하늘을 본다.

멋진 영남알프스를 기대하게 하는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이 나를 환영하고 있다.




간월재를 지나 청수골 간이식당 주차를 하고 함산할 또 다른 산우를 만난다.

두부김치와 막걸리로 점심을 먹고 청수골로 향한다.

두 산우의 비박전문가(?)다운 백패킹 배낭이 멋지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단조성터를 향해 오르지만 늦더위와 무거운 비박배낭은 상의를 4번이나 짜서 입게 만든다.

3시간이 훨씬 넘게 걸려 단조성터에 도착하자 억새가 마중을 하고 멀리 신불산이 보인다.




단조샘터에서 땀을 씻어내고 식수를 보충하여 비박지로 향한다.

비박지에 도착 할 즈음 짙은 안개가 밀려들어 순식간에 단조성터는 곰탕이 된다.

멋진 소나무옆에 하룻밤을 보낼 비박지를 결정하고 짐을 푼다.




창원에서 온 산우의 큰 수제텐트 1동만 치고 곧이어 저녁을 준비한다.

신불산 데크에서 비박을 생각했는데... 단조성터 좋은 곳에 자리를 잡는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

기대했던 대로라면 텐트를 치고 석양에 붉은 홍조를 띠는 억새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서락의 절정 단풍을 버리고 온 나에게 영남알프스의 곰탕은 너무 가혹하다.


창원에서 온 산우의 요리를 구경만하고 먹기만 하니 이또한 즐거움이다.

비박 전문가 다운 솜씨다.




저녁을 먹고 울산 야경 구경을 나왔다.

단조성터와 달리 언양과 울산은 안개없이 깨끗한 야경을 보여 준다.

멀리 울산 앞바다에 달이 떠오른다.




달빛에 젖은 이 모습을 보고 창원산우는 세렝게티를 애기한다.


우리 옆에 40대로 보이는 남녀 3명이 3동의 텐트를 구축했는데가 밤늦게까지 넘 시끄럽다.

가뜩이나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데... 산에서도 민폐족은 어쩔수 없나 보다.

여러차례 잠에서 깨어 밖을 내다보지만 짙은 안개는 물러설 조짐이 없다.

저녁은 곰탕을 선물받았으니 아침은 은빛물결 가득한 영남알프스의 멋진 자태를 보고 싶다.




4시에 일어나서 커피를 끓여 마시고 아침을 기다린다.

6시가 되어 밖으로 나오니 거짓말처럼 안개가 물러가고 아침이 오고 있다.

달빛과 안개에 젖어 있던 세렝게티도 화려한 아침을 마중한다.




붉은 태양이 맞을까?

내가 보는 일출의 대부분은 오렌지색이다.

붉으면 어떻고 노랑이면 어떤가?




에버로릿지 부근의 전망대에 올라서는 탄성을 지르고 만다.

언양과 울산은 짙은 운무속에서 아침을 맞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볼수 있었던 풍경이다.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니 안개가 물러간 단조성터 너머 죽바우등이 운무를 마치 머풀러처럼 두르고 있다.

청수좌골로 올라 죽바우등을 지나 청수우골로 내려가는 코스를 한번 다녀가야겠다.




그사이에 오렌지빛 태양은 운무를 덮고 있는 도시의 머리위로 떠오른다.

늦게 나온 산우들과 한참을 해맞이로 행복해 한다.




안개로 보이지 않던 신불산의 능선도 깔끔하게 안개를 씻어내고 아침을 맞고 있다.




영축산도 세안을 마친 상큼한 얼굴이다.

이렇게 억새가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 어쩌면 태양은 붉은색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은 바람도 휴식을 취한다.

억새꽃도 하얀 꽃을 피우기 위해 나처럼 일츨을 기다리는지 모른다.




산우 한명과 아침햇살에 홍조를 띠는 영축산을 오른다.




등로에는 아침이슬이 옷을 적시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구절초도 아침이슬을 가득 머금고 있다.




영알에는 의외로 산부추가 곳곳에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을 피우지 않으면 억새속에 깊이 숨어 있어 만나기 힘들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짙은 보라색꽃을 피우고 산객을 기다리나 보다.




영축산을 오르며 신불산을 바라본다.

아침을 맞고 있는 영남알프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영축산에서 산우는 오랜 인연의 선배산우를 만나 반갑다.

세상 참 좁다.




어떤 인연인지 모르지만 기념사진 한장 찍어야지~^^

칠순이 넘어 보이는 노산객의 건투를 빌어본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서도 아무 문제없이 산을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머풀러를 풀어버린 독바위등도 멋지다.

언젠가 만나러 가리라!




영축산 정상에서 다시 신불산을 바라본다.

멀리 가지산도 나에게 오라고 손짓하는듯 하다.









아직도 언양과 양산은 운무속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영축산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고 텐트를 철수 한다.

신불재를 걸쳐 자영휴양림으로 내려설 계획이다.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떠나는 산객을 구절초와 나비가 배웅을 한다.




아침을 먹고 나오는 사이 억새는 활짝  피었다.

아무런 말이 필요없는 길이다.




걷다 문뜩 생각나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면 된다.




아리랑릿지도 담아보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억새는 더욱 하얗게 피어난다.








영축산에는 무슨일이있나? ㅋㅋ




신불재를 내려서는 등로주변에는 억새바다가 장관이다.

구름이 해를 가려 은빛이 사라졌지만 멋짐은 변함이 없다.




신불재에 내려서서 지나온길을 담는다.




신불재 만남의 장소 뒷편에는 아직도 10여명의 백패커들이 억새밭에 텐트를 치고 있다.

같은 백패커의 눈에도 보기 좋지 않은데.. 일반 산객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아침이 되면 서둘러 텐트를 걷는것이 좋으련만 무슨 자랑도도 아니고...

지금은 눈치보며 조심스럽게 백패킹을하지만 저런 백패커들때문에 어쩌면 영알의 백패킹도 조만간 끝날지 모르겠다.




산우들과 배낭을 남겨놓고 홀로 신불산을 오른다.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를 담아본다.

마음은 간월재에 가 있지만...




정상석에서 서둘러 인증을 하고 산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다시 신불재로 내려선다.




신불재로 내려서며 영축산 방향의 풍광을 담는다.









주인을 얌전히 기다린 내 배낭과 스틱^^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자연휴양림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억새바다를 두고 그냥 내려서기가 아쉽다.








아쉬워도 이제는 내려서야 한다.












휴양림에서 멋진 계곡을 만나면 이번 산행은 거의 끝이난다.

20여분을 더 내려가서 우리가 어제 주차를 하고 출발했던 간이식당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씻고 어묵탕에 막거리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영남알프스의 1박2일 비박 산행은 막을 내린다.


서락의 단풍을 포기하고 5~6년만에 다시 찿은 영남알프스! 1박2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