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지리산-2박3일 만나다.

Edgar. Yun 2017. 11. 7. 21:32

지리산의 운무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탄성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눈에 보이면 안개이고... 내가 내려다 보면 운해이고 운무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것은 분명 운무다.




지리산-2박3일 만나다.

일시 : 2017년 11월 4~7일

코스 : 성삼재~반야봉~연하천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여행만큼 힐링이 되는 약이 또 있을까?

그 여행이 내가 좋아하는 산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서락을 갈까 고민했지만 내 선택은 지리산이다.

대피소 예약을 위해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휴가를 내고 떠난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가고 싶었지만 차편이 마땅하지 않다.

결국 무박으로 떠나는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서 산해을 시작한다.

성삼재에서 택시를 타고 화엄사를 갈까 생각도 했지만 굳이 그럴필요까지...

산악회 버스는 3:00가 되기전에 성삼재주차장에 산객들을 쏱아 놓고 떠난다.

25여명의 산객들은 오늘 새벽에 출발하여 오후 5시에 중산리에 도착하는 무모한 산행을 할 것이다.

내가 예전에 수도 없이 했던것처럼...




보름달은 대낮처럼 밝아 랜턴이 필요 없다.

달빛을 벗삼아 혼자 천천히 오르기는 최고인듯 하다.

서둘러 달아나는 무박종주 산객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달빛을 맞으며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출시간에 맞춰 노고단을 오를 계획이다.

도착한 대피소 취사장에서는 젊은 국공직원이 4:00부터 산행 시작인데 벌써 산행을 시작했으니 불법 산행이라며 훈시중이다.

그럴거면 주차장에서 계도를 하지...




어차피 노고단은 오르지 못한다.

 11월부터는 예약없이 출입이 가능하지만 10:00부터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적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등로 개방시간에 개방하면 되지 무슨 10:00부터인지...




노고단 고개에 오르니 성삼재 운해가 달빛에 장관이다.

이 장관을 달빛에 보고 그냥 지나칠수도 없다.

다시 대피소 취사장에 내려가서 출입문 입구 좌우 따뜻한 취사대 위에 올라 앉아 쪽잠을 자고 다시 노고단으로 오른다.




어둠이 가시고 여명이 찿은 성삼재에 그림같은 운해가 가득하다.

산객들은 일출에 관심이 많지만 난 이 운해가 더 좋아 대피소에 내려가 기다리다 다시 올라왔다.




혹시 노고단에서 보는 일출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 운해도 노고단에서 온전히 보고 싶다.





노고단에서 본다면 화엄사 운해도 볼수 잇지 않을까?




반야봉 오른쪽으로 아침 해가 곱게 치장을 하고 올라오지만 노고단에 가려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라가서 일출과 운무를 보고 반야봉가는 능선으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난 반쪽 일출에는 관심이 없으니 일출을 기다리는 산객들을 남겨 두고 반야봉으로 향한다.

돼지령에서 바라보는 운무는 노고단 고개에서 보던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내 짧은 필력으로는 표현 할 수가 없는 절경중의 절경이 아닐수 없다.




무박종주 산객들은 이런 멋진 풍광을 보고 지나갔을까?

아무도 없는 등로를 홀로 걷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거다.









돼지령을 지나고 임걸령을 지날때도 운무는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있다.





















홀로 산행은 힐링에는 두말할것 없이 더 좋지만 이럴때 인증 사진 한장 제대로 담지 못한다.

그래도 셀카치고는 제법이다^^

















ㅍ피아골에 붉은 단풍이 아니라 운무가 가득하다.

멋진 조망이 좋기는 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걸으려고 이곳 지리산을 찿았는데... 이렇게 멋지면 어쩌란 말인가?



배낭을 삼거리에 벗어 놓고 반야봉을 오른다.








반야봉에 잠시 머물며 산객에게 부탁하여 사진 한장 담는다. 




반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운무 가득한 지리산의 풍광에 넋을 잃고 한참을 머문다.

뒤이어 올라오는 산객들도 탄성, 그 자체다.




삼도봉부터 천왕봉까지... 지리산의 주능선이 마치 바로 발아래 있는듯 시계가 넘 좋다.

게획하고 있는 중봉능선도 반갑다.




운무뒤의 멋진 능선이 불무장등일까?

아직 지리산은 서락처럼 익숙하지 않다.












어느 노산객이 무등산과 월출산이 보인다고 알려준다.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당겨서 담아본다.




노산객이 무등산이라고 알려준 산이다.








천왕봉도 당겨본다.

장터목산장도 선명하고 제석봉이 마른 풀잎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다시 다른 산객에게 부탁하여...
















명선봉을 넘을때는 체력이 부쳐 힘이들었지만 연하천대피소를 보는 순간 피로는 이미 사라져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니 공사중인 인부뿐이다.




연하천의 저녁은 지리산의  그 어느곳보다도 일찍 찿아온다.

아마도 명선봉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찬물로 머리를 헹구고 발을 씻으니 춥긴하지만 기분이 상쾌하다.




시간이 남아 연하천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연하천 산장 마당 위에 있는 묘에 대해 국공직원에게 물으니 빨치산 장교의 묘로 추정된단다.

이곳이 빨치산의 최후 저항지였다고...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른 대피소와 달리 매트레스를 제공하니 잠자리가 편하다.




일찍 잠에서 깨어 아침을 먹고 떠날준비를 한다.

일출이 아름답다.




어제보다도 포근해서 산행하기 좋을 것 같다.

다른 산객들보다 먼저 연하천을 떠난다.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쾌청한 날씨에 운무가 멋지다.




형제봉도 오늘따라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곳에서는 사진 한장 남겨야 되는데...




하동방향의 삼정골에는 아직 달아나지 못한 만추의 단풍이 아침 햇살에 멋지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커피를 끓여 과자와 함께 먹으며 휴싱르 취한다.

아주 오래전에 대피소 위쪽에서 비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빨치산 토벌대를 싫어 나르던 신작로는 이미 초목이 가득하다.

무박종주를 하면 반겨주던 붉은 병꽃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의신계곡을 바라본다.




선비샘에서 젊은 국공직원을 만나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니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벽소령방향으로 떠난다.

중산리로 내려가다가 만난 국공직우너도 마찬가지다.

하기 싫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갑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칠선봉과 영신봉을 넘으면 세석평전이 산객을 반긴다.




영신봉의 높은 계단은 오를때마다 "헉헉" 소리가 난다.

그래도 이 계단을 오르면 세석이니...




세삭평전의 구상나무들도 예전보다는 제법 키가 큰 것처럼 보이니 기분이 좋다.




일찍 도착했으니 여유롭게 점심을 먹는다.

삼겹살도 구워 배추쌈도 싸고... 사실 일찍 출발해서 제석봉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10여년전 가족과 함께 찿았던 추억이 새롭다.




평전을 올라 다시 세석대피소를 담는다.




촛대봉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데이트중인 남녀 헤방해서는 안될 것 같아...




장터목에 도착하자 마자 인증부터...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취사장에 자리를 잡고 다시 이른 저녁을 먹는다.




노고단을 넘어가는 해를 보기위해 식사중에 여러번 밖으로 나온다.
















내일 일출도 이렇게 멋진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가 예보되어 있던 날씨는 다행히 구름 조금으로 바뀌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하늘은 짙은 안개가 가득차 있어 일출을 보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하늘에 맡길수밖에...




그래도 천왕봉에어쩌면 도착하니 어쩌면 일출을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백무동을 넘어선 안개가 맹렬하지만 순간순간 안개가 사라져 기대를 갖게 한다.












순간순간 걷히던 안개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예 곰탕으로 변해버렸다.




일출에 나래의 입시에 좋은 결과를 달라고 기도하고 싶었는데...




안갯속의 해는 마치 계란빵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는 매일 뜨고 하루종일 떠있지만 결과는 타임이다.

오늘은 이렇게 안갯속에서 떠오르지만 내일은 다시 화려하게 떠오를거다. 




생각이 많으면 잡생각이 된다.

생각이 많은 것보다 생각이 깊은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Simple is the best!




이 추위에 사진 봉사를 수십장은 했으니 기도한 것 보다 더 덕을 쌓았다고 해도...




산객들이 다 돌아가고 난뒤 세찬 바람만 부는 정상에서 바람을 피하며 한참을 기다렸지만 안개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파란 하늘밑의 정상석 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오늘은 허락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중봉으로 내려선다.

 곰탕인데 굳이 대원사로 갈 필요가있을까? 다시 돌아서서 올라와 중산리로 내려선다.




수십번을 지나갔으면 무엇하나!

시간에 쫓겨... 조금 더 빨리 도착하고 싶어... 늘 지나쳤던 법계사에 오늘 처음 들렸다.

법당에 들려 나래 대학 합격을 기원한다.




법계사 경내에는 아직 구절초가 곳곳에 피어있다.




중산리 계곡의 단풍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Slow down and enjoy life.

It`s not only the scenery you miss by going too fast - you slao miss the sense of where you are going and why...

돌아오는 길에 들린 신탄진 휴게소 화장실에 있던 글이다.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니 아니다 -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에디켄터-




지난날의 나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다.

속도에 밀려 주변을 보지 못했으니 수십차례 왔어도 법계사는 물론 중산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게살아 왔는지 모른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 물론 시대적인 상황이나 내가 처한 상황에 어쩔수 없었을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좀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즐기며 걸으리라.


이렇게 나의 2박3일 지리산 산행(?) 여행(?)은 끝이난다.

중산리에서 원지행 10:20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산청의 구석구석을 돌아 생각보다 원지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12:20분 버스가 있지만 12:50남부터미널행 버스표 티켓팅을 하고 공중목욕탕으로 향한다.

그냥 피로를 짊어지고 집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곤하다.

"목욕탕"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기도 하다.

3,500원의 요금도 낯설고...10여분 동안 간단히 샤워를 한다.

국수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남부터미널행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