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내변산-꽃잎이 날리다.

Edgar. Yun 2018. 2. 11. 19:23

관음봉

나비가 날아 오른다.

아직 봄은 멀리 있건만, 내변산 관음봉에는 

하얀 나비가 가득 날아 오른다.




내변산-꽃잎이 날리다.

일시 : 2018년 2월 11일 일요일


지난주에는 스트레스에 완벽하게 무릅을 끓고 이틀동안 침대를 떠나지 않았다.

손가락조차도 움직이는 것이 짜증스러운... 아니 숨쉬고 있는 것도 귀찮고 짜증스러웠으니

스트레스를 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일 몰아치는 강추위에 산을 가는 것은 더더욱 생각하지도 못했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며칠전에 어느 브런치에서 읽은 글에 "절대공감'을 한적이 있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마라"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의 스트레스도 결국에는 너무 열심히 살아혼 흔적아니던가?

언제까지 "열심히" '열심히" "더 열심히... 살면서 버텨 낼 수 있단 말인가?

너무 지나친 뜨거운 열정도 결국 내 가슴을 태우고 만다.


금요일 아침에는 일어나자 마자 재치기가 멈추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오후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쉬니 이제 견딜만하다.

그렇게 일주일을 힘겹게 버텨내고 무등산(無等山)으로 향한다.


눈을 기대하고 떠났던 설악과 지리에서도 제대로 눈을 만나지 못했으니 이 겨울이 다가기전에

하얗게 덮힌 세상을 만나고 싶어 눈이 예보되어 있는 무등산(無等山)으로 떠난다.

무등이란 말은 불교에서 나온 말로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서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말함이니

늘 나는 눈내린 무등산(無等山)에서 평온을 만나고 싶다.

평소보다 20여분 빠르게 출발한다.

교통도 훨씬 좋은 조건일것이고 산행시작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으니 그리 나쁘지 않다.

죽전 간이정거장에서 그믐달 사진 한장 찍으니 어느새 버스가 옆에 있다.





정안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햇살속에 눈이 내린다.

무등산의 눈세상이 더 기대가 된다.




그렇게 떠난 무등산(無等山)이 나를 반기지 않는다.

전주에 지나기전 예상하지 못한 비보(?)를 접한다.

새벽 5시에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대설 예보로 국립공원이 전면 통제란다.

아전이야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오늘의 조치는 백번이 아니고 천번, 아니 수만번의 불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거냐! 나랏님들이 지나친 사랑도 사랑이라는데...

돌아서서 내변산으로 향한다.

월명암 입구에 도착하니 곰돌이 아줌마와 곰돌이 청년이 여기도 가로 막는다.

직소포포 코스는 개방한다는 곰돌이 아줌마의 말을 믿고 직소폭포 입구로 가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다.

겨우 직소폭포구간만 허락(?)받고 산행아닌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다녀온 담양의 죽녹원이 생각나는 길이다.

물론 죽녹원의 대숲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무등을 다녀오지 못하고 내변산 조차도 맘대로 가지 못하는 내맘을 달래준다.












분옥담의 얼음위로 하얀 설원이 펼쳐지고 관음봉이 분옥담을 내려다 본다.




분옥담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면 통제를 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분옥담 전망대를 떠나 직소폭포로 향하다 돌아서서 다시 분옥담과 전망대를 담는다.




분옥담 끝에 있는 선녀탕도 한달 가까이 이어진 혹한에 꽁꽁 얼어 버렸다.

선녀들은 한달째 샤워도 못하고... 냄새나서 우짜노^^

할아버지 요강같은 냄새일텐데...




직소폭포 전망대에는 월명암 입구에서 만났던 카작은 곰돌이 아줌마가 지키고 있다.

이곳은 통제하지 않아 정상을 갈 수 있다고 해놓고는 이제와서 딴소리다.

사실 직소폭포는 이곳 전망대에서 보는 것보다 폭포 앞까지 가서 보아야 제대로 직소폭포를 볼수 있다.

이런 젠장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키작은 곰돌이 아줌마와 실갱이 해봤자 내 빈정만 상할거고...

밑의 전망대로 내려서 준비해간 굴전에 막걸리로 쓰린 속을 달랜다.












점점 더 멀리...





이제 산객들은 다 돌아가고 남은 것은 쓸쓿함 가득한 작은 전망대만 남아 직소폭포를 바라본다.




아쉬운 직소폭포를 담고 다시 내려선다.

사실 개인 산행이었다면 아마도 비탐길로 내소사를 가지 않았을까?




다시 돌아온 분옥담에는 하얀 꽃잎이 가득하다.




꽃잎이 날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내변산 분옥담에는

하얀 꽃잎이 날린다.

관음봉에서 직소폭포를 지나 분옥담에 하얀 꽃잎이 날린다.





셔터속도를 늦추었더니 눈꽃잎은 비처럼 내린다.





산행같지 않은 산행을 마치고 채석강으로 향한다.

닭이봉 좌측이 채석강을 조망하기 좋지만 오늘은 닭이봉의 우측으로 내려선다.




채석강의 겨울바다를 무엇이 그리 노하게 했을까?

거센파도가 하얀 포말속에 부서진다.




채석강의 겨울바다는 답답한 내 가슴을 시원스럽게 씻겨준다.

마음같아서는 풍덩 뛰어들고 싶지만...


































혼자의 여행이 좋다.

오늘 만약 혼자 왔다면 오랜시간 채석강을 거닐었을텐데 아쉬움을 남기고 횟집으로...

회센터에는 일요일인데도 손님이 거의 없다.

아마 그래서 더 손님대접 잘받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