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진악산-원효암에서 복수초를 만나다.

Edgar. Yun 2018. 3. 24. 22:25

진악산에서...

진악산은 해발 737m의 높이로, 충남에서 4번째 높은 산으로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의 종산이다.

  속리산과 서대산 천태산, 민주지산, 덕유산의 장쾌한 산줄기가 정상에서 조망되어야 하지만

대급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멋진 조망을 방해한다.





진악산-원효암에서 복수초를 만나다.

코스 : 양지리~월봉산~수리넘어재~원효암~진악산~도구통~보석사

일시 : 2018년 3월 24일 토요일


오늘도 어김 없이 새벽에 일어나 혼자 부산을 떨며 산행 준비를 한다.

너무 일찍 일어난탓에 A 매치데이에 펼쳐지고 있는 세계 최강 독일과 스페인의 축구 경기를 틀어 놓고

카메라 렌즈도 닦고... 배낭도 다시 챙기고...거래처에서 요청한 견적서도 작성해서 보내고... 블로그에 이렇게 글도 쓴다.

가스렌즈 위에 놓여져 있는 어제 저녁에 먹다가 남은 만두국을 다시 끓여 안방으로 들어와 반찬도 없이 먹는다.

종종 이른 새벽밥을 먹고는 했던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10km나 떨어진 중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야만 했었고 어머니는 늘 새로 지은 밥을 차려주셨었다.

농촌의 아침은 도시보다 늘 일찍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아침은 늘 새벽밥처럼 먹었던 것 같다.

다른 누구보다 부지런하셨던 어머니와 아버지때문에 다른 집들보다도 최소 1시간은 일찍 아침을 먹었었다.

오늘 나는 그때처럼 새벽밥을 먹고 진악산으로 향한다.

죽전간이정거장은 남도로 꽃을 찿아가려는 상춘객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관광버스로 아우성이다.

버스들이 탑승구로 미쳐 진입하지 못하고 길게 늘어서 있고 작은 피켓을 들고 손미을 찿아 다니는 인솔자!

봄은 그렇게 오나보다.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쫓비산의 매화와 구례의 산수유를 만나러 간다.

나도 구례 오산의 산수유를 만나러 가고 싶지만 오고가는 버스안에서 지칠것 같아 포기한다.


진익산행 버스는 20여분 늦게 도착한 한다.

40여명의 산객은  양지리 고갯길에서 내려 월봉산으로 향한다.

들머리의 개들이 낯선 산객들의 등장을 요란스럽게 마중하고 있다.

산객들은 마치 대간꾼들처럼 볼것 없는 낙엽 쌓인 능선을 쏜살같이 올라간다.

지금 계절에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산을 찿는 산객이라면

십중팔구는 백두대간도 끝내고... 100대명산도 완등한 산객들이니 고수중의 고수들이니 산행속도야 말해 뭐하겠는가?

나도 한때 속도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는데... 비탐 전문가(?)의 비애다.

한참을 오른 나를 반기는 것은 알수 없는 십자가 모양의 구조물이다.

잠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월봉산으로 향한다.




543m로 표기되어 있지만 월봉산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그냥 뒷산이다.

산밑에서는 벌목을 하는 전기톱의 소음이 귀를 거슬리게 할뿐이다.

정상석이나 이정표도 없는 정상을 지나 작은 오르막이 반복되는 능선을 걷는다.




보티재를 지난 작은 봉우리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진악산으로 향한다.

등로는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어 마치 눈길을 걷는 것처럼 힘이 들지만 그래도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위로가 된다.

들머리에서 2시간이나 지나서야 진악산 들머리인 진악산휴게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막거리 한병 사서 원효암으로 향한다.

오늘 계획된 등로는 이곳에서 빈대바위로 올라 진악산을 가는것이지만 난 원효암코스를 선택한다.



차도를 따라 십여분 내려서니 원효암오르는 길이 나온다.

입구에는 부도탐이 있고 차도에서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 꽤 가파른 길을 걸어 원효암으로 향한다. 

시멘트 포장길을 걷는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바로 옆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이 시원하다.

차도에서 1km정도 오르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폭포가 반겨준다.

건폭도 이름이 있는데 이름이 없다.

원효암 바로 밑에 있으니 그냥 원효폭포로 불러주면 어떨까?




폭포 우측의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소박한 모습의 원효암이 산객을 맞는다.

효암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으나

신라 헌강왕때 조구대사가 창건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조구대사는 886(헌강왕 12)에 금산 보석사의 의선각을 지었다는 분이다.

그러나 누가 창건을 했던 현재의 사찰 건물은 근래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대웅전앞의 생강나무꽃이 예쁘다.




대웅전 앞의 작은 화단에 노란 꽃잎을 피운 복수초 두포기가 나를 사로 잡는다.

오늘 만난 복수초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복수초주에서 가장 예쁜 자태라는 생각한다.




'복수초'라는 이름은 일본식 한자명을 그대로 가져온것으로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었다면 수복강령을 의미하는 '수복초'가 되었을거란다.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붙여진 눈색이꽃, 얼음새꽃이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앞으로 눈색이꽃라도 불러야 겠다.





복수초는 복 복() 자와 목숨 수() 자를 써서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는 꽃으로

영원한 행복’,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대웅전 옆의 산기슭에도 봄을 준비하는 또다른 꽃이 있다.

작은 개나리같지만 개나리는 아닌것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다.

산기슭에 달래가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어 한포기를 뜯어 입안에 넣는다.

입안은 온통 향긋한 봄향기가 가득하다.

절에서는 달래를 먹지 않으니 나같은 사람만 만나지 않으면 무탈할텐데...




절의 우측에 나있는 등로를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마치 대둔산의 비선폭포 등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법 가파른 등로를 한참 오르면 진악산 정상 바로 밑의 능선에 다다른다.

하산 시간이 조금 촉박해서 서두르니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른다.

능선 암릉에는 부부 산객들이 늦은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미세먼지만 없다면 대둔산이 조망되는 제법 멋진 조망일텐데... 아쉽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금산 시내와 평야도 미세먼지가 없다면 더 멋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금산 시내 너머 천태산이 조망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을날에 황금색으로 일렁이는 평야를 내려다보는 것도 꽤 행복할것 같다.




미세먼지가 있어도 행복하다.

올라오는 길에 뉴스를 보니 역대급 초미세먼지, 고농도 미세먼지란다.












정상아닌 정상석에서...




정상석이 있는 곳보다 2km 떨어져 있는 물굴봉이 5m가 더 높지만 대부분의 지도에는 관음봉을 정상으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정상석도 관음봉에 있고 물굴봉에는 없다.




지나온 월봉산을 바라보지만 미세먼지에 월봉산은 보이지 않는다.




암릉과 소나무가 제법 멋진 모습으로 능선을 지키고 있다.




물굴봉에서 2.1km 떨어진 물굴봉에서 휴게실에서 사온 막거리 한잔으로 휴식을 취한다.

주봉보다 5m 더 높지만 정상을 양보(?)한채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도구통바위라는데... 아무리봐도 절구통 같지는 않다.

도구통바위를 지나 우측 사면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석사 가는 길이다.

굴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등로를 내려서면 시원한 계곡소리가 산객을 맞는다.




보석사 밖에 있는 수령 1,100년 되었다는 은행나무!

은행나무도 세월은 어쩔수 없는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그래고 수령에 비하면 매우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석사를 돌라 주차장으로 향한다.

보석사를 둘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여유가 없어 그냥 내려선다.

주차장 옆의 계곡에서 올 처음 탁족을 한다.

가재가 산다는 계곡에는 다슬기가 바위에 까맣게 붙어 있다.

물은 차지만 견딜만하다.

아직까지 알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탁족은 산행피로를 풀어주기 충분하다.




지각한 산객들로 30분이 지난 4:00에 버스가 출발한다.

금산 인삼시장에 들렸으니 인삼튀김에 인삼막걸리가 기본아닌가?

내가 워낙 쌉쌀한 맛을 좋아하니 인삼튀김이 너무 맛있다.

한접시를 포장하고 사장님께 부탁해서 수삼 4만원치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