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베틀바위를 만나다.
일시 : 2021년 5월 29일 토요일
코스 : 신선교~베틀바위 전망대~미륵봉~12폭포~용추폭포~쌍폭포~무릉계곡 반석
지난주 설악을 다녀와서 끙끙 앓고 나니 설악이 무서워져서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산솜다리가 가득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노인봉을 가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서야 설악을 버리고 두타산으로 향한다. 두번? 세번? 두타산을 찾았지만 모두 산악회와 함께 댓재를 들머리로 올랐다. 두타산 정상을 걸쳐 청옥산을 올랐었다. 그때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 산행의 목적이던 시절이라 무릉계곡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다. 2020년 8월에 북쪽 무릉계곡에 등산로를 정비하고 산객을 맞고 있는 "베틀바위 산성길"을 만나러 간다. 두타산에서 가장 멋진 기암괴석이 즐비하여 중국의 장가계와 비견되는 코스였다. 이곳은 등로가 위험하여 일반 산객들은 오를수 없었으나 40년만에 동해시와 동부지방 산람청이 함께 등산로를 정비하고 산객을 맞고있다.
동해시 삼화동 서남쪽에 있는 두타산은 1,357m의 높이다. 4km 떨어져 있는 청옥산이 1,404m로 더 높지만 누구도 청옥산을 간다고 하지 않는다. 무릉계곡에 있는 삼화사의 현판도 두타산 삼화사이다.두타는 불교에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집에서 출발한지 3시간만에 무릉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제 내린 비가 그치고 개인 하늘과 산하에는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체온을 측정하고 핸드폰 위치확인을 마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무릉반석이 보이는 신선교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베틀바위 산성길 들머리가 있다.
들머리에서 베틀봉 정상까지는 1.5km이다. 제법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오른다. 오랜만에 따라 나선 아내는 역시 달팽이 산꾼이다. 나는 지난주 설악의 특훈이 효험이 있는지 생각보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숲가마터를 지나 첫번째 조망처인 암릉에 올라선다. 동해시의 전경과 동해바다가 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비개인 파람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절로 웃게한다. 건너편 아래에는 삼화사가 있고 그 뒤로 삼화사 뒷편의 충대폭포가 눈에 보인다.
암릉을 지나는 길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산객을 반겨준다. 가슴속이 시리도록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은 덤이다.
회양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베틀바위 아래로 등로는 이어진다. 고향집 돌담 밑에도 아주 커다란 회양목나무가 있던 기억이 있어 회양목을 보면 고향집이 생각나곤한다. 어릴적에는 회양목이라는 말대신 도장나무라고 불렀었다.
베틀봉 전망대가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암릉밑의 등로를 따라 오른다. 등로옆의 암벽에 핀 이끼가 햇살을 받아 금괴처럼 반짝인다.
계단을 오르면 베틀봉을 온전히 만날수 있는 베틀바위 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베틀바위는 해발 550m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모습이 베틀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그동안 산객들에게는 베틀릿지 비경, 천하비경 장가계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일반 산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설악산 국립공원도 멋진 비경길들을 이런저런 이유를 찾아 막아서고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이곳을 본받아 등로를 만들어 개방하면 좋겠다.
전망대에는 제법 많은 산객들이 비경을 담느라고 줄으 서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드리고 부탁해서 아내와 함께 사진속으로 들어간다. 설악골에서 범봉으로 올라서는 좌측의 암릉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베틀바위 전망대를 지나 가파른 길을 200m 더 오르면 미륵바위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미륵이나 선비의 얼굴이 보인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선바위로만 보인다. 허묵(1595~1682)의 두타산기, 김효원(1532~1590)의 두타산기, 김득신(1604~1684)두타산기에 기록되어 있는 봉우리가 미륵봉이라고 하니 놀라움 그 자체이다. 짚신신고, 상투쓰고 올라왔을까?
베틀바위와 무릉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최고의 레스토랑, 반석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계란 두갱에 막걸리 한잔이 오늘 점심이다.
미륵봉에서 조금더 오르면 베틀봉과 수도골 가는길 이정표가 나온다. 베틀봉 가는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고 표시되어 있다. 두타산 정상 갈림길로 가는 등로에는 함박꽃과 쪼동백이 곳곳에 피어 있다. 올해는 설악에서 함박꽃을 보지 못해서 일까? 너무도 반갑다.
두타산성을 포기하고 수도골의 12폭포를 건너 용추폭포로 향한다. 수량이 많으면 더 좋겠지만 수량이 많으면 이곳이 통제되어 용추폭포로 갈 수 가 없다.
설악의 오련폭포가 생각나는 12폭포이지만 설악이 폭포와는 너무 다른 풍경이다. 먹을 뜸뿍 먹은 붓이 거칠게 지나간듯한 암벽들과 폭포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명화가 되었다.
건너편의 두타산성에는 많은 산객들이 북적인다. 전망바위를 내려서면 옛길과 새로 조성한 등로가 나온다. 우리는 새로 만든 등로르 따라 석간수를 지나 박달골로 향한다. 등로옆에 가득 피고 있는 머루꽃을 보니 가을에 머루를 따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것이 될리 만무하지만...
이곳을 지나면서 다시 한 번 설악산 국립관리공단을 생각한다. 해외로 연수가지 말고 이곳 두타산으로 연수를 오라고...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면서 비경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 갔으면 좋겠다.
1박2일의 이승기가 추천한다는 쌍폭을 먼저 들린다. 박달골과 바른골, 두 개의 골짜기 물이 쌍폭포를 지나 무릉계곡으로 합쳐지는 독특한 비경이다. 설악의 쌍용폭포보다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가장 독특하고 신비로운 폭포로 따지면 단연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용추폭포는 청옥산 바른골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기암석벽을 만나 이루어낸 3단 폭포다. 폭포 상단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은 갈 수가 없다. 삼척부사 유한전(1732~1811)이 폭포 오른쪽 하단의 암벽에 龍湫라는 이름을 지어 각자를 해 놓은 것이 용추폭포로 불리는 이유다.
무릉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계곡으로 들어서서 족욕으로 피로를 씻어낸다. 마음같아서는 알탕을 하고 싶지만 꾹 참고... 울창한 숲길을 게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은 표현하기 어렵다. 많은 산을 다녔지만 손꼽히는 트레킹코스다.
武陵仙院 中坮泉石 頭陀洞天한 이 무릉계곡은 고려 말 문장가인 이승휴가 즐겨 찾던 곳이다.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해 많은 문사와 화가들이 찾은 무릉계곡의 반석에는 음각이 장관이다.
삼척에 어렵게 왔으니 추암을 보고 가야지! 일출이 없는 탓일까? 그냥 그렇다. 그냥...
어지간한 국립공원보다 더 국립공원같은 두타산이다. 기암괴석도 있고 시원스런 폭포도 꽤 여럿이 있다. 거리가 멀어 자주 찾지 않았지만 올 가을에는 한 번 더 두타산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