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북한산 오봉

Edgar. Yun 2022. 8. 1. 06:37

일시 : 2022년 7월 30일 토요일

코스 : 송추주차장~여성봉~오봉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번 주는 산행을 꼭 하고 싶다.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산은 나에게 명약이다. 아내도 이번 주 중에 불곡산을 두 번이나 다녀오며 준비를 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산행지는 여름인 만큼 시원한 계곡이 좋아 어젯밤에 인터넷을 뒤져서 계곡을 찾았다. 그래서 찾은 중원계곡이 있는 중원봉을 다녀올 생각이다.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오리역 김밥집을 가다가 파란 하늘을 보고 아내에게 오늘같이 좋은 날씨에 도봉산 오봉코스를 다녀왔어야 했다고 말하니 아내는 그럼 오늘 오봉을 가자고 한다. 2주 전에 아내와 같이 북한산 오봉을 찾았는데 안개비가 내리는 날씨에 진국의 곰탕이라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내려섰던 기억이 있다. 꼭 중원봉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콜이다.

고속도로 하행길은 마치 명절의 귀향길처럼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늘 산행을 도봉산 오봉코스로 바꾼 것이 신의 한 수처럼 느껴졌다. 송추 주차장도 제법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오늘 37도가 예보되어 있으니 불볕더위는 차도 견디기 힘들 것 같아 다리 밑에 주차를 하고 오봉으로 향한다. 마치 말복을 지난 8월 중순의 날씨처럼 습도가 많지 않아 햇살은 따갑지만 그리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날씨다.

 

 

 

하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파란색의 도화지에 하얀 구름! 작은 암릉 위에 구름은 마치 고구려 벽화에서 살아 나온듯하다.

 

 

 

등로 주변에서는 란 원추리꽃을 만날 수 있었다. 문뜩 덕유평전의 원추리꽃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몇 해 동안은 7월이면 덕유평전의 원추리꽃을 보러 다녀오곤 했었다. 노고단의 원추리꽃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성봉에 도착했다. 아내는 민망한지 서둘러 한컷을 남기고 돌아선다. 나도 처음 여성봉을 만났을 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성봉에서 바라보는 오봉과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의 풍광은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설악의 풍광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멋진 풍광이다. 아내가 연신 탄성을 지를만하다.  날씨가 뜨거운지 암반 위에는 한 명의 산객도 없지만 사진에 담기에는 더 좋다.

 

 

 

 

여성봉 뒤의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잠시 쉬어 간다. 시원한 보리음료 한잔 마시니 더위는 다른 세상의 일이다. 마치 도봉산과 북한산을 전세 낸 기분이다.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의 하늘은 시시각각 다른 표정으로 다가와 즐거움을 준다. 천 미터가 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지다고 북한산이 내게 말하는듯하다. 올가을에는 아내를 데리고 숨은 벽을 한 번 다녀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 보아도 멋진 인수봉이지만 가까이에서 만나는 숨은벽의 가을 단풍은 설악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단풍이 든 숨은벽을 보는 아내의 반응은 어떨까?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오봉으로 향한다. 기온은 높지만 습하지 않고 간간이 불러오는 바람이 있어 기분 좋게 산행을 한다. 오봉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아내는 북한산에 이런 비경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오봉의 풍광에 빠져들었다.

 

 

사패산과 양주 불곡산이 보이는 조망도 오늘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2주 전의 곰탕 선물이 미안했었는지 오늘은 최고의 가시거리로 조망을 선물한다. 파주의 적성산과 동두천의 소요산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드디어 오봉의 정상이다. 오봉에는 뜨거운 뙤약볕 탓인지 생각보다 산객들이 없어 한산하다. 오늘은 가지 않을 코스지만 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봉과 주변의 암봉들이 뭉게구름 밑에 한산한 모습이다.

 

 

나도 아직 가보지 못한 오봉의 암봉들, 늘 가고 싶고 가야겠다는 다짐만 한다. 오늘도 그 다짐을 한다. 기약도 없이... 언젠가 가야지...

 

 

 

머리만 보여주던 백운대와 인수봉이 전체를 드러내고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도봉산에서 우이령을 넘어 북한산으로 산길이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불수사도사 코스도 자운봉에서 내려섰다다가 다시 백운대로 올라선다. 산길을 잇는 것이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문제는 무슨... 그냥 공무원들의 안일한 발상일 게 분명하다.

 

 

 

아내를 불러 인증을 하고 소나무 정상의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한다. 물이 충분하지 않아 겨우 목만 축이고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에서도 물을 아껴가며 갈증을 달랬다. 여름 산행에서 충분한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아직 난 아마추어 산객이다.

 

 

 

2주 전에는 하산을 송추 폭포가 있는 게곡으로 했다. 송추폭포 암반에 가득 피어 있는 꿩의다리 꽃이 인상적이었다. 오늘도 보고 싶지만 오늘은 오던 길로 돌아서 내려왔다. 입구에 도착해서 자판기에서 음료 한 캔을 뽑아 마시고 아내를 기다린다. 아내도 갈증이 났는지 음료를 받아 들고 거침없이 마신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물 한 병을  "순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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